버튼만 누르면 해결되는 놀거리와 영혼의 건강

요란한 장난감, TV, 게임기, 컴퓨터에서 스마트폰까지…

요즘 아이들을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이것들을 자주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아이들은 통제불능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요? 공동육아, 대안학교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 공유합니다. 푸른숲발도르프학교의 교육소위에서 번역한 자료입니다.

[Family Life and Waldorf Education]

Push-button Entertainment and the Health of the Soul
버튼만 누르면 해결되는 놀거리와 영혼의 건강

Christopher Belski-Sblendorio

우리는 전자식 놀이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라디오, TV, 비디오, CD 플레이어, 오디오 카세트 플레이어, 비디오 게임과 CD-ROM이 구동되는 컴퓨터 등 많은 전자 기기에 둘러싸여 있다. 거의 매 순간 우리는 버튼만 누르면 놀거리를 이용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작해 출근길 차 안에서, 점심 휴식 시간에, 저녁 식사 시간에, 잠들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수시로 버튼을 누르며 생활한다. 음악을 듣고 뉴스나 최신 일기 예보를 듣고, 자연 다큐멘터리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여가를 즐기고 정보를 얻는다. 이것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고 우리는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버튼만 누르면 즐길 수 있는 놀거리에 들이는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아주 적다. 아니,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자신이나 우리 아이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지 모른다.

한 가지 예로 우리 영혼이 소화불량을 겪고 있을 수 있다. 우리 몸이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이 우리 영혼이나 정신은 감각 인상(*sense impression), 경험, 생각들을 먹고 산다. 몸이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 처럼 영혼 역시 자양분을 얻으려면 영혼이 먹는 음식을 소화시켜야만 한다. 이러한 활동은 우리가 잠이 들어 더 이상 어떠한 상(인상)도 받아들이지 않는 밤에 일어난다.
* sense impression
Impression…인상(印象) :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 속에 새겨지는 느낌
Sense impression : 마음 속에 새겨지는 감각

버튼만 누르면 되는 전자식 놀이거리로부터 우리 영혼이 받게 되는 자극은 매우 강력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약 사흘간은 그 영화로부터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다. 어쩌다 밤 중에 깨었을 때 낮에 라디오에서 들은 광고음악이 머리 속을 계속 맴돌고 있는 듯 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엄청난 양의 강렬한 자극들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어떤 것은 내가 선택한 자극이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마구 들어오는 자극이기도 하다. 쇼핑을 할 때 점포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오는 노래나, 전화를 걸어 상대방을 기다려야 할 때 나오는 대기음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삶의 부산스러운 인상, 하루 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는 걱정, 밤잠을 설치는 일, 이 모든 것은 우리 영혼이 유행가나 영화, 상업 광고, 뉴스 보도 등 너무 많은 미디어에 노출되어 소화불량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또한 이런 놀거리들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다면 우리 영혼이 꼭 해야 할 사고, 감정, 의지라는 세 가지 활동이 어려워지게 된다. 실제로, 이것은 인간의 가장 근본을 위협한다. 활기찬 내적 심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훌륭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훌륭한 상상력은 창의적 사고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것은 우리가 어떠한 문제를 풀 때 새롭고 독창적인 해결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 훌륭한 상상은 우리가 다른 이들의 영혼의 삶(soul-life)으로 들어가 마치 그 사람이 된 것 처럼 삶을 경험하도록 하기 때문에 마음의 품이 넓어지고 너그러워지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이렇게 풍부하고 활기찬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상들(images)조차도 우리가 외부에서 받는 상들에 의해 그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외부의 상(images)과 생각들을 취하고 그것을 소화시키려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력, 공감 능력이 무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살면서 무언가를 경험하고 깊고 진실된 감정들 – 기쁨, 두려움, 희망, 슬픔 –의 울림이 마음 속에서 일어날 때 비로소 우리의 영혼이 풍성해지고 영감을 받는다. 이런 영혼의 풍요로움과 함께 변함없는 깊은 만족과 평안이 찾아온다. 우리가 전자 놀이거리에 빠져 있다면 우리의 감정 생활은 상당 부분 부자연스러운, 가상으로만 존재하는 상황에 반응하는 것에 불과하다. (‘가상’과 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감정은 의도적이고 교묘하게 외부에 끌려 다니며 조종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짜 사람과 진짜 삶 속 상황에 진정으로 반응하는 능력을 잃기 시작한다. 내적 평안을 잃고 우리는 결코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진짜로 살아있는 감각을 불어넣을 줄 더 많은 건강한 자극들을 원한다. 그런데 직접이 아닌 간접적인, 전자기기가 매개가 되는 경험은 이런 건강한 자극을 주지 못한다.

버튼만 누르면 바로 해결되는 놀이거리를 즐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수고의 전부는 고작 수동적으로 앉아서 받기만 하면 된다. 우리의 의지를 활동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니 의지는 위축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일 앉아 TV만 보는 TV 귀신이 되거나, 전자기기 중독자가 되어 의지나 자주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실제로 그런 사람은 노래를 부르기도, 악기를 연주하기도,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를 풀어내고, 지적인 토론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직접 자기가 움직여서 ‘하는 것’의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단지 눈으로 ‘보기만’ 한다.

물론 TV나 라디오 프로그램, 비디오, 음반 제작 활동에도 상상력, 영감, 자기 주도성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결과물의 어느 정도는 실제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의 감정 생활을 풍부하게 하고 긍정적인 행동으로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전자기기를 분별없이 사용한다면 우리 고유의 사고력과 정서 생활과 의지는 위협을 받게 된다.

버튼만 누르면 해결되는 놀거리의 영향력을 보고 싶다면 미디어 단식(media fast)을 해보아라. 미디어 단식을 즐겁게, 고통 없이 하려면 캠핑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일주일이나 그 이상을 일체의 전자 기기 없이 자연 속에서 조용히 보내며 당신의 영혼 생활을 청소해 보아라. 휴가가 새로운 기운을 북돋워주는 평온함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문명의 현실로 돌아와서는 습관적으로 혹은 단지 편리하다고 해서 버튼을 누르지 마라. 한 번 시험을 해보자. 의도적으로 몇 가지 놀거리를 택해서 그것을 꾸준히 이용하며 살펴보자. 그 놀거리들이 내 사고와 감정, 진취성과 같은 내적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유심히 들여다보자. 내 스스로 방향을 정했던 생각들이 영화나 뉴스 보도에서 나온 생각들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야영장 모닥불 옆에서 불렀던 옛 노래나 휘파람과 허밍으로 흥얼거렸던 노래들이 라디오나 광고 음악에서 나온 노래들로 뒤바뀌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발적으로 특별한 요리를 준비한다거나 편지를 쓴다거나 산책을 나가는 일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전자 놀이감을 애용하고 우리 영혼이 소화불량에 걸리게 되면 우리 안의 영혼 생활은 물론 우리의 사회적 소통은 영향을 받는다. 다음은 괴테의 동화 ‘녹색 뱀와 아름다운 백합’ 중에서 금으로 된 왕이 뱀에게 질문을 하는 부분이다.

“당신은 어디서 왔나요?”

“황금으로 가득 찬 골짜기에서 왔지요.” 뱀이 대답했습니다.

“금보다 고귀한 것은 무엇인가요?” 왕이 물었습니다.

“빛이지요.” 뱀이 대답했습니다.

“빛보다 상쾌한 것은 무엇인가요?” 왕이 물었습니다.

“그것은 대화 이지요.” 뱀이 대답했습니다.

인간의 대화는 아마도 가장 귀한 예술일 것이다. 하지만 전자식 놀이거리(push-button entertainment)가 있으면 인간의 대화가 끼어들 틈이 없다. 지난 추수감사절에 내 가족과 친구들이 어머니 집에 모였었다. 식사를 마치고 테이블에 둘러앉은 우리는 어머니 요리 솜씨에 찬사를 보내며 다양한 관심사를 주제로 활기 넘치는 대화를 나눴다. 아이들은 옆방에서 TV에서 방송하는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봐도 될지 물어왔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후식으로 TV를 선택했다. TV 소리는 방해가 됐다. 하지만 어른들은 좀 더 크게 말하며 대화를 계속했다. 이야기 도중 공백이 생기거나 이야기 주제가 바뀌면서 틈이 나면 사람들은 퍼레이드를 보려고 TV 앞으로 갔다. 하나 둘씩 TV를 보려고 자리를 떠나 출입문으로 가 기대어 섰다. 그러다 결국 TV 앞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곧 대부분 어른들이 아이들과 같이 앉아 버리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대화는 광고가 나가는 동안 프로그램에 대해 몇 마디 하는 것으로 줄어들었다. 작별 인사를 하면서 곧 나는 깨달았다. 전자기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이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기기 하나 때문에 진짜 사람의 소통이 밀려났다는 사실이 또 한번 슬펐다.

지금의 어른들 중 일부는 어린 시절 라디오가 없이 자랐다. 대부분이 TV나 (스테레오)음향기기가 없이 생활을 했고 이를 접했다 해도 그 시기가 적어도 유년 초기를 넘겨서였다. 오늘날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양한 전자 놀이기기에 둘러 싸이게 된다.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자라나는 상상력과 사고력, 침착성과 감정의 깊이, 자기 주도성과 내적 자유는 수동적인 놀이문화와 쉽고 빠른 정보에 희생되고 있다. 과연 오늘날 우리 아이들은 자신만의 생각 세상을 경험하고 나만의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가 인생의 방향을 정할 수 있을까? 내 영혼의 내용물 중에 얼마나 많은 것을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은 모든 부모와 교사가 중대하게 짚어봐야 할 질문들이다.

18년 간 교직 생활을 해온 나는 지난 10년간 전자 기기에 의한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봐왔다. 그것은 나은 변화가 아니었다. 아이들 앞에 실제 살아있는 교사가 CD-ROM 세상만큼 재미있지 않다는 이유로 교사의 역할이 점점 힘들어지게 되었다. 전자 기기를 가지고 놀고 있을 때 아이들은 소극적이고 조종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진짜 삶 속에서 겪게되는 상황이나 관계, 활동에 쉽게 불평을 한다. 아이들은 외부에서 얻는 즐거움을 더 좋아하게 되고 자기만의 놀이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거의 잃게 된다. 그 부정적인 영향은 어린 아이들에게서보다 십대에게서 더 많이 드러난다. 비판적 태도, 감상벽, 무기력, 중독성 행동 성향, 이 모든 것은 영상 매체 시대에 살고 있는 십대들의 공통적 특성이다.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전자 놀이기기가 우리에게 주는 위험을 꼼꼼하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세대들이 스스로 즐기고 놀고 터득했던 능력과 활동을 다시 끌어내올 필요가 있다. 퍼즐 맞추기, 퀴즈와 같은 실내놀이, 큰 소리로 책 읽기, 수공예, 바느질, 그림 그리기, 소묘, 노래 부르기, 악기 연주, 연극, 토론, 그 밖의 많은 활동이 마음에서, 가슴에서, 의지에서 나오고 마음을, 가슴을, 의지를 써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 아이들이나 어른들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하고 또 충분히 가능하다.

모든 아이들은 엄마가 불러주는 노래를 들어야 한다. 모든 아이들은 아빠가 들려주는 책 읽기를 아니, 그보다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을 만들어 주고 함께 요리를 하고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그 밖에 집안 어른들이 계셔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아이를 위한 노래를 만들고 그 노래를 아이와 함께 부르는 것은 우리의 특권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사람들로부터 직접 이러한 일들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전자 기기에 밀려 우리의 특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라디오, TV, CD, CD-ROM, 등은 우리 문명의 일부이고 우리 일상의 일부이다. 우리는 의식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피고 신중한 자세로 이것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 영혼의 건강이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Media and Waldorf Educaion: 미국 Marin Waldorf  School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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