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질을 마음에 품을 수 있다면

발도르프교육에서 말하는 네가지 기질에 관한 글을 소개합니다. 5세~14세 사이 아이들에게는 한두가지 기질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아이의 기질을 알고 그 특성을 이해한다면 아이들을 돌보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고 쉽게 읽히도록 번역이 잘 되어 있습니다. 이 글을 보니 큰 아이 K는 여름(담즙질), 작은 아이 J는 봄(다혈질)의 아이인 것 같네요. 푸른숲발도르프학교 교육소위에서 번역한 글입니다.

기질, 아이를 이해하는 열쇠

Role of Temperaments in the Life of a Child

 Rene Querido (강연록에서)

  아이들의 세계는 경이로움과 창조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분석하거나 기계화할 수 없는 세계인 것입니다. 발도르프 교육은 매우 실용적이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내면에 관심을 둡니다. 모든 아이들, 심지어 같은 부모, 같은 환경 아래에 있는 아이들조차도 다 다릅니다. 한 아이의 본성을 어느 누구도 엄밀하게 생물학적으로 설명해 낼 수는 없습니다. 아이 하나 하나는 고유합니다.

아이가 과연 무엇인지 더 깊이 파고들면 이 점은 더 분명해집니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받은 육체 속에 고유한 영(spirit 靈)이 육화된 것으로, 부모는 지상에서 이 아이의 삶을 받아들여 안내합니다. 아이의 유전적 특성은 환경으로부터 온 자극들과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기질(temperament)은 자아의 영적인 면과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 결합된 것입니다. 즉 기질은 영(spirit 靈)과 유전이라는 두 줄기가 합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spirit 靈)과 유전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계절의 순환 속에서 이어지는 기조(mood)의 변화에 주목해봅시다. 이러한 기조의 변화는 여름의 타는 듯한 더위, 가을의 쇠락과 죽음, 겨울의 얼음과 눈, 봄의 환희 등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기조들을 색상환(color circle)으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파랑은 겨울 즉 얼음처럼 차갑고 축축한 기조입니다. 봄이 시작되는 파장 속에는 많은 층의 초록이 등장합니다. 여름의 기조는 빨강인데, 태양의 힘과 열기를 연상시킵니다 여름이 지나면서 우리는 안으로 움츠러들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은 느려지고 죽어가는 듯이 보입니다. 뭔가를 상실한 것처럼 느끼기 시작합니다. 많은 것이 죽고, 우리는 생명이 어디서 다시 생겨날지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기조는 계절과 연결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여름 아이들입니다. 여름에 태어나서가 아니라 이 아이들의 몸짓과 특징들이 여름과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 아이들은 불 같고, 겨울 아이들은 물 같습니다. 가을 아이들은 땅에 발이 묶여 있는 반면, 봄 아이들은 가벼운 공기 같습니다. 기질은 다섯 살에서 열네 살 사이에 매우 두드러지고 그 이전에는 덜 뚜렷합니다. 초등학교 시기에 기질은 실로 중요한데, 교사들에게는 개별 아이는 물론 학급 전체를 이해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기질은 세계에 대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데,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보기 때문입니다. 가을 [우울질 Melancholic] 아이는 매우 빨리 키가 크고 머리를 숙이고 발을 질질 끌며 걷습니다. 여럿이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그냥 보고 있을 거야. 이쪽 저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공을 가지고 놀다니 참 재미있는 녀석들이군.”하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은 이미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해하려 하고, 많이 곱씹어 생각하고, 구경꾼이 되어 세상이 흘러가게 놓아 두는 것을 좋아합니다. 파티를 하자고 하면 “안 해. 난 파티 싫어. 혼자 모형 만들기 하는 게 더 낫지. 방문 닫아 버려야지.”라고 말합니다. 열 두 살 무렵에는 “여기 들어오는 걸 포기하세요. 여긴 지옥으로 가는 입구입니다.”라고 쓰여 있는 푯말을 방문에 내걸지도 모릅니다. 혼자 있고 싶어하고 존재의 가장 밑바닥을 파고들고 싶어합니다.

우울질 아이는 교사에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만약 교사가 삶의 의미에 대한 자신의 질문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나는 심각한데 선생님은 내 질문에 관심이 없어. 그렇다면 나 혼자 간직하는 수 밖에.” 삼사십 년쯤 후에도 2학년인가 3학년 때 자기가 한 질문에 대해 교사가 “허튼소리 좀 집어치우렴.”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여전히 그것 때문에 시달리겠죠. 다소 과장한 면이 있지만, 우울질 아이의 기조를 이해한다면 이런 기조가 아이의 혼(soul)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울질 아이는 매우 직관력이 있으며 사물의 가장 깊은 곳을 파고들고 싶어 합니다. 이해하려 하고, 문법과 의미, 구조, 원리를 아는 것에 매우 관심이 있습니다.

봄 [다혈질 Sanguine] 아이들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이들은 근심 없이 속편하고 재빠르며 잘 웃고 유쾌합니다. 빨리 배우고 엄청나게 열광하지만 다음날 “어제 우리 뭘 했지?”하고 물으면 “기억은 안 나지만 아주 재미있었어요”하고 말합니다. 봄 아이들은 봄 아침의 햇살처럼 밝고 꽃과 나비, 벌레들을 사랑합니다. 이 아이들은 땅에 발이 거의 닿지 않게 다닙니다. 그래서 쉴새 없이 뛰어다니는 이 아이들의 신발은 다른 부분에는 구멍이 날 망정 뒤축은 거의 닳는 법이 없습니다. 항상 발끝으로 다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의 삶은 경이로운 속도감을 지닙니다.

다혈질 아이들 역시 쉽지만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예고 없이 친구의 집을 방문했는데, 다혈질인 친구의 딸이 나와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엄마랑 아빠는 고모 병문안 가셔서 지금 집에 안 계셔요. 고모가 떨어지셔서 많이 다치셨거든요. 그래도 들어오세요.” 부모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 아이는 아주 자세하게 가족의 역사에 대해 들려줍니다. 신나게 얘기하는 이 아이가 분명 귀엽기는 하겠지만, 아이가 떠벌린 것들에 대해 부모는 그다지 즐겁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우울질 아이는 혼자 시간을 보낼 것이고, 찾아온 당신에게 문조차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낯선 사람은 엄마 아빠 친구일지는 모르지만 내 친구는 아니니까”라며 합리화 할 것입니다. 당신은 밖에 계속 서 있게 된 상황에 대해 황당한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여름[담즙질 Choleric] 아이들은 녀석들이 학교에서 돌아온 것을 알아차리기가 아주 쉽습니다. 틀림없이 들어서면서 문을 꽝 닫고는 쿵쾅거리며 “엄마”하고 소리칠 것입니다. 화가 나 있다면 아이의 태도만 봐도 바로 알 수 있고 뭔가 굉장한 일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그것에 대해 얘기할 것입니다. “나 오늘 나무에 올라갔는데, 나무에 대고 못을 박았어” 같은 말이 바로 담즙질 아이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전형적인 문장입니다.

담즙질 아이에게는 뛰어 놀 넓은 정원과 기어 오를 나무, 뭔가 쌓을 거리들이 필요합니다. 담즙질 아이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 아이들은 상대하기 버거울 수 있습니다. 당신의 체력은 바닥나 가는데 아이는 점점 더 기운이 넘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요구사항이 많은 담즙질 아이는 조용히 신문을 읽고 싶어하는 우울질 아빠에게 대고 계속 물어댑니다. “내일 뭐할 거예요? 주말에는 뭐할 거죠? 산을 몇 개나 오를 건가요?” 아빠가 대답합니다. “그냥 집에 좀 있고 싶은데….. 이번 주는 정말 피곤했거든.”

담즙질 아이에게는 다혈질 아이와는 다른 종류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여름인 담즙질 아이는 불의 요소를 지니고,봄인 다혈질 아이는 공기의 요소를 지닙니다. 우울질 아이는 땅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가을과 비슷하고 매사에 심각합니다. 담즙질 아이는 항상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서 “내일 뭘 할거죠?”라고 말하고, 우울질 아이는 “휴가 간다고요? 삼 년 전 갔던 휴가만큼 좋지 않을 것 같아요. 그때 정말 재밌었는데… 이번 휴가 정말 가려구요? 진짜 힘들고 별로일 거 같은데..”라고 말합니다. 우울질 아이는 기억하고 과거에 관심을 두고, 때로 아주 깊이 각인되기 때문에 마음에 오래 담아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다소 다부진 체격을 지닌 담즙질 아이는 맹렬한 기세를 지니며, 매사에 저돌적입니다. 반면 목이나 전체적인 체형이 좀더 긴 편인 우울질 아이는 손발까지가 너무 멀어서 행동으로 옮기기가 더 힘겹습니다. 하지만 담즙질 아이는 굉장히 따뜻하게 소통하고, 미래를 지향합니다.

다혈질 아이는 더 현재 지향적입니다. “지금 행복하면 다 좋은 거야. 그렇지 않으면 울거나 웃거나.” 기분이 금방 바뀌는 다혈질 아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피곤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다혈질 아이는 현재 속에 살며, 자신이 당면해 있는 것에 끌립니다. 자기 기분보다 주변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학교에 별일이 없으면 기뻐하고, 뭔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매우 침울해 하기도 합니다.

겨울 [점액질 Phlegmatic] 아이는 물의 요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겨울 아이는 안락함을 좋아합니다. “따뜻한 난로도 있고 별로 할 일도 없고. 밖에 눈이 점점 많이 내리네. 따뜻하고 좋다. 근데 뭐 먹을 거 없어요?“ 먹고 나서도 따뜻하고 편안하고 밖에는 계속 눈이 옵니다. “뜨개질 할래?” 아이는 계속 뜨개질을 하고 목도리는 점점 길어집니다. “그 정도면 목도리 길이로 충분하지 않니?” 제지하지 않는다면 목도리는 훨씬 더 길어질 것입니다. “너무 긴 것 같지 않니?” “그런 것 같네요. 그럼 하나 더 뜰래요.” 이 아이들은 반복을 좋아하고, 만족감과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뭘 좀 하지 그러니?”하고 물으면 “뭘 말이예요?”할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속지는 마십시오 깊은 물이 조용히 흐르는 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아이들은 너무 오랫동안 잠잠했기 때문에 때때로 가장 놀라운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폭풍우처럼 뭔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아이들의 감정은 놀랍도록 차분하고 평온합니다.

점액질 아이는 믿음직하고 충실합니다. 하지만 다른 기질들처럼 점액질 역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담즙질이 파괴적일 수 있듯이 점액질은 게으를 수 있습니다. 우울질은 자기 밖에 모르고, 다혈질은 깊이가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이의 기질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치우치지 않고 조화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종종 오해해서, 우리는 점액질 아이가 어떻게든 뭔가 하기를 원합니다. 담즙질 아빠와 점액질 딸 아이의 관계에서, 아빠는 느리고 친절하고 평화롭고 조용한 딸 아이가 뭔가 더 하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점액질 아이에 대한 최악의 접근방식일 수 있는데., 아이가 아주 고집불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오히려 전보다도 더 하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부모는 “저 녀석, 도대체 뭐가 문제야? 항상 두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하잖아. 재는 왜 그러는 거야?”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전보다 더 안 할거야. 벌써 밥도 먹었고 잠도 잤고… 난 여기 난롯가가 편하고 좋은데.. 그러니까 대꾸도 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되면 진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바꿔 놓는 것이 아니라 기질을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듬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울질을 다듬어서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요?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혀진 우울질 아이에게서는 매우 열중해서 탐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울질 아이는 사물을 깊이 들여다 보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울질을 이해하는 열쇠는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더 많이 깨닫도록 하는 것입니다. 최상으로 다듬어진 우울질 아이는 어떤 문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울질의 자기중심성은 몰두하고 탐구하고 믿음직하고 희생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점액질 아이는 게으른 경향이 있습니다. 많이 앉아 있고 먹는 것을 좋아해서, 움직이거나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을 극복하고 점액질의 긍정적인 면을 북돋우면 믿음직한 아이가 될 것입니다.

다혈질은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와 흡사합니다 깊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세상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놓여 있습니다. 6세에서 14세 사이에 이런 다혈질의 성향이 적절히 다듬어지면 긍정적인 태도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다혈질 아이는 사회성의 본보기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영국 학교에서 가르쳤던 한 아이는 아침 등교길에 저에게 뛰어와서 재잘거립니다. “아무개를 위한 초는 준비하셨어요? 오늘 생일이잖아요. 아무개가 병원에 입원한 거 아세요? 들으셨어요? 어쩌구 저쩌구…”  교실로 들어갈 때까지 저는 모든 소식들을 다 듣게 됩니다. 저는 항상 이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이 아이는 학급의 사교활동에서 중심이었습니다. 파티나 나들이가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하면 될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다혈질 아이는 조직하는 재능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이 밖으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깊이가 없고 산만해 보이는 것이 사회성 면에서는 자산일 수 있습니다.

담즙질 아이의 부정적인 면은 매우 부정적인데, 화를 폭발시키고 파괴적이 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담즙질 아이가 화를 내면 가족들은 벌벌 떱니다. 담즙질 아이가 교실 안에 있을 때는 뭔가 굉장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 아이가 결석을 하면 그날은 학급 전체가 여느 때와 조금 다른 분위기가 됩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담즙질 아이는 가시 같은 존재일 수 있습니다. 이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종종 의문이 들고, 때때로 “이 녀석 진짜 한번 혼이 나봐야겠군”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하지만 항상 싸울 거리를 찾고 있는 담즙질 아이들에게는 이 아이들의 불덩이에 기름을 붇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담즙질 아이에게 다가서는 방식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나들이나 놀이를 계획할 때 담즙질 아이들을 한쪽으로 데려가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주 어려운 걸 하려고 하는데… 진짜 어려운 거야. 너희가 이걸 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구나.” 담즙질은 쉬우면 흥미를 잃어 버린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일단 도전정신을 북돋은 후 이 아이들에게서 협조를 끌어 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기꺼이 도움을 줄 것입니다. 담즙질 아이들의 지지를 얻느냐 못 얻느냐에 따라 이 아이들은 희생적인 지도자나 지지자가 될 수도 있고 독재자나 훼방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질과 싸우는 대신 기질과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이해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교사는 항상 교실 안에 아이들의 기질들에 부합하는 활동들을 배치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담즙질 아이들을 오른편에 두고 다혈질 아이들은 왼편, 출입문 가까이에 둡니다. 다혈질 아이들이 너무 소란스러워진다 싶으면 “이런, 분필이 다 떨어졌구나.가서 분필 좀 가져다 주겠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달려나갔다 다시 교실로 돌아왔을 때는 수업의 상당 부분이 지나갔고, 이 아이들은 뭔가를 놓쳤다는 점 때문에 다시 집중합니다.

우울질 아이들은 칠판 가까이 교실의 어두운 구석에 두는데, 거기서 앞 쪽에 앉아 있는 재미있는 친구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재는 뭘 하고 있는 거지? 재가 진짜 저걸 알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더 많이 알고 있겠지.” 점액질 아이들은 교실 뒤편 창문 가까운 곳에 둡니다. 구급차가 앵앵 소리를 내며 들어올 때 이 아이들은 “무슨 일이 난 건지 다 알아”하고 말할 뿐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다혈질 아이들이 창문에 줄줄이 붙어서 있을 지라도 말입니다.

기질들의 차이점에 대해 아주 극적인 방법으로 알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30명이 넘는 5학년인가 6학년 아이들의 학급을 맡고 있을 때였습니다. 미술 시간을 위해 작은 의식을 한 후, 어떤 아이들은 종이를 나눠주고 다른 아이들은 종이를 물에 적셔 나무판 위에 놓고 스폰지로 닦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아이들은 붓과 물감을 나눠줬고 모든 것이 다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교실 한가운데 물이 담긴 큰 양동이가 하나 있고, 빈 양동이가 그 옆에 있었습니다. 조용히 그림을 그리다가 필요할 때마다 지저분한 물을 깨끗한 물로 바꾸기 위한 것이었죠. 어느 금요일에 일이 터졌습니다. 커다란 물 양동이가 엎어진 것입니다. 엄청난 물이 쏟아졌고 온통 물바다가 됐습니다. 우울질 아이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일어나서 물바다 속에 서 있었습니다. 다혈질 아이들은 곧바로 의자 위에 올라 서서는 소리쳤습니다.“와! 이게 뭐지?” 담즙질 아이들은 대걸레와 양동이를 가지러 달려나갔습니다. 점액질 아이들은 어떻게 했을까요?믿기지 않겠지만, 그대로 의자에 앉아서 물 위로 발을 들어올렸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교훈을 얻은 순간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속편이 있습니다. 저는 담즙질과 다혈질 아이들과 함께 물바다를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이 아이들과 놀이를 했습니다. 아수라장을 정리하는 일은 점액질 아이들에게 맡겼고, 그 아이들은 그렇게 했습니다.. 20분이 걸렸지만, 말끔하게 치워졌습니다. 점액질 아이들은 놀라운 실용성을 가졌습니다. 우울질 아이들은 한동안 서 있다가 놀이를 함께 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치우는 일보다 놀이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보여준 다양한 반응들이 정말로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다른 예로 연극을 한다면 학생들의 기질에 따라 배역을 정해야 합니다. 담즙질 아이에게는 줄리어스 시저 역을, 다혈질 아이에게는 전령을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신이 나서 소식을 들고 들락날락 하겠죠 우울질 아이들은 철학적인 역할을 좋아합니다. “왜 줄리어스 시저는 3월의 가운데 날에 암살당했을까? 좋은 면과 나쁜 면은 뭐였을까?”하고 물을 수 있겠죠. 점액질 아이는 연극의 중심에서 벗어나 앉아서 생각할 수 있는 역할을 좋아합니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소식들이 빨리 전해지지 못했습니다. 영국처럼 변방까지 소식이 전달되는데 수개월이 걸렸습니다. 점액질 아이에게는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역할이 이상적입니다.

아이의 기질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다 보면 희극적인 부분은 우울질 아이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우울질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희극배우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예가 찰리 채플린과 마르셀 마르소입니다. 다혈질 아이는 멋지게 해낼 수 없겠지만, 훌륭한 구경꾼이자 모방꾼인 우울질 아이는 모든 몸짓과 기교들을 정확히 몸에 익혀 결과적으로 뛰어난 희극 장면을 연출해 냅니다.

역사, 지리, 과학 같은 수업에서도 기질을 고려해야 합니다. 셈하기의 경우에서 점액질은 덧셈 같이 거듭되는 활동을 좋아하고, 우울질은 뺄셈을 좋아합니다. 곱셈은 다혈질, 나눗셈은 담즙질에게 맞습니다. 3학년 때 사칙연산을 종합한 이야기를 활용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연산을 발견하고 동시에 다른 연산들의 진가도 깨닫게 됩니다.

오케스트라에서도 아이들이 연주하고 싶어하는 악기가 기질마다 다릅니다. 담즙질은 북을, 다혈질은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우울질은 바순과 첼로를 좋아합니다. 점액질은 조율을 하거나 끼고서 할 필요 없이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서 언제든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같은 악기를 좋아합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음악교육은 리코더로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개별 악기들을 배우고 연습하고, 결국에는 작은 오케스트라에 참여합니다. 어떤 악기가 아이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부모에게도 의견을 묻습니다. 주된 목표는 아이들에게 음악이 즐거운 경험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부모와 상담하면서 아이가 집에서 내보이는 기질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모든 기질은 다른 기질들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섞여 있습니다. 색상환에서 이런 혼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가 오직 담즙질이나, 우울질, 혹은 다혈질이나 점액질에 해당된다고 말하는 것은 오류입니다.(편집자 강조) 하지만 보통은 한 두 가지 기질이 우세한데, 이를 알아차려서 좋게 다듬을 수 있다면 아이의 삶을 보다 조화롭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기질, 말하자면 담즙질이 우세하다면, 아이를 진정시키고 더 자기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 안에 우울질적인 어떤 것을 장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담즙질 아이는 일정 부분 다혈질이기도 해서, 다혈질의 활달함도 보여 줍니다. 반면 우울질 아이는 점액질의 물 같은 면뿐 아니라 담즙질의 불 같은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담즙질-점액질, 우울질-다혈질과 같이 완전히 상반된 기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기질을 얘기할 때 모든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다혈질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혈질은 아동기의 기질입니다.모든 아이들은 경이로움과 세상을 탐험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담즙질이 미래를 내다보고 우울질이 과거를 돌아보는 경향이 있듯이, 다혈질은 자기 밖의 현재를 즐기고 점액질은 자기 안을 들여다 보는 방식으로 현재를 응시하고 싶어합니다. (”배도 부르고 잠도 잘 잤어. 그래서 지금 참 편해.”).

어떤 과목을 가르칠 때 우리는 이런 서로 다른 음영과 색 들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합니다. 교실에서 우울질 아이들은 모든 아이들이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불현듯 알아차리고는 상황에 반응하는 다른 방식들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다혈질 아이들은 우울질 아이들이 항상 심각한 질문들을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글쎄, 난 심각한 질문 같은 것도 없고 행복해. 하지만 ‘만약 이러면 어떨까’하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네.”하고 생각합니다. 교실 안에서 공감(empathy)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우울질 아이들은 다혈질 아이들이 얼마나 활동적인지를 보고는 그들의 활기에 놀라워합니다. 학급 안에서 상호보완적인 활동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6~14세 시기에 아이들은 다른 기질들을 인정하는 것을 배우고 각각의 개인이 될 준비를 합니다.

십대들은 자신의 다듬어지지 않은 기질을 더 이상 계속 가져가기 힘들다고 느끼는 시기에 접어듭니다. 이들은 스스로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느낍니다. 노련한 담임교사는 이들의 기질을 알아보고 조화시키도록 돕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루돌프 슈타이너는 초창기의 발도르프 학교 교사들에게 어둠 속의 배관공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슈타이너는 교사들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이 기질들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사이자 학부모로서 이 네 가지 기질들을 마음에 품을 수 있다면 세계에 대한 새로운 깨우침을 얻게 될 것입니다.자신의 기질이 아닌 다른 기질의 시각으로 세계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 색상환이 의미하는 것입니다. 파랑 안에만 살고 있으면 연두 빛에 대한 개념을 가지지 못하고 황폐해지고 말 것입니다. 부모와 교사로서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볼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비판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질을 고려함으로써 다른 특징들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아이를 이끌 수 있습니다. 상급 학년에서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이런 접근에 대해 토론하고, 아이들은 기질들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학교 문을 나설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각 발달단계에 있어서 아동의 혼(soul)과 개별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정신과학의 새로운 걸음입니다.

정형화된 양식(pattern)에 따라 삶을 지배하기를 원하기는 쉽지만

삶은 어떤 양식으로 다루어지는 것을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오직 통찰력(insight)만이 충분하다.

인간의 개별성에 대해, 전 생애 안에 존재하는 개별성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어떤 감정으로 변형되는 통찰력이다.

–  루돌프 슈타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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