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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를 만나다

원당리

유타건축 김창균 소장님을 만났습니다. 시사인 잡지에 연재된 기사를 보고 그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책을 내셨길래 바로 사서 읽어 보았습니다. 집을 독립된 개체가 아닌 마을의 일부,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고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분이었습니다. 건축주와 열심히 소통하려는 분이셨고, 또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분이라 좋았습니다. 집을 짓게 된다면 이분에게 설계를 맡겨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고 이메일로 약간의 정보를 공유하고서 7월 11일 드디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패시브하우스에 지열로 냉난방을 해결하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보충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으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여 에너지를 가능한 쓰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집의 규모를 국민주택규모(25.7평)이하로 하고 1.5L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려고 합니다. 1.5L 패시브하우스도 현재의 예산으로는 어려운데 일단 한번 추진해 보기로 했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그보다 낮은 수준의 저에너지 하우스가 되겠죠. 그리고 별도의 창고를 짓고 다락방을 만들 계획입니다. 태양광 패널은 설치비가 계속 떨어질테니 나중에 설치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알게된 사실인데 정부의 재생에너지보급사업이 터무니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다면 굳이 정부의 지원에 기댈 필요가 없습니다.

김창균 소장님께서 집에 대한 느낌, 생각, 바램 등을 정리해서 보내달라는 숙제를 내주셔서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7월 12일, 토요일

소장님, 어제 계약을 맺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이젠 달리는 열차위에 올랐으니 지나가는 풍경을 즐기며, 목적지에서의 낭만을 상상하기만 하면 되겠죠?!
어제 숙제를 내주셨는데 사실 저는 이미 숙제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집에 대해서 바라는게 많지 않습니다. 이땅에 머무르는 동안 대지를 내어준 지구에게 덜 폐를 끼쳤으면 하는 것, 우리 가족의 작고 아늑한 쉼터였으면 하는 것, 약간 욕심을 부린다면 내적인 만족감을 위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집이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저만의 생각은 아니고 소장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신듯 하여 기대가 됩니다. 그럼 아이들은 어떨까 하고 질문을 던져보면, 10살인 큰 아이는 현재 자기만의 공간을 딱히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레고, 골판지, 나뭇가지, 돌멩이 들로 뭔가를 만드는 작업을 좋아하는 지라 거실은 큰아이의 작업장이자 놀이터입니다. 엄마, 아빠가 곁에 있어야 잠자리에 들기에 별도의 침실도 필요없습니다. 8살인 둘째 아이는 여자아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공간을 좋아합니다.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길 좋아합니다. 옷이며, 장난감이며, 자기가 그린 그림, 수공예품 들을 어딘가에 모아두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 합니다.
딱히 우리의 요구사항을 정리하려니 쉽지가 않아서 현재의 우리 생활 패턴과 앞으로의 바램들을 정리해 봅니다.

[ 현 재 ]

• 6시 반이면 우리 가족은 기상을 합니다. 저나 집사람은 간단한 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들의 빈도시락을 챙깁니다. 식사를 마치고 씻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준비, 등교준비를 합니다. 저는 7시 반쯤 집을 나서고, 집사람은 10분후 아이들과 집을 나섭니다. 집사람은 출근길에 아이들을 학교 셔틀버스 정거장에 내려줍니다.
•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방과후교실에서 신나게 놀다가(정말 신나게 놉니다. 뭔가를 배우는 활동이 아니라 새까많게 탈 정도로 바깥에서 놉니다.) 5시쯤 집으로 옵니다. 집사람도 그시간까지 퇴근을 하고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집에 도착해서 다시 바깥으로 나가 놀거나 집안에서 휴시을 취합니다. 집사람은 이때 부터 분주해집니다. 식사준비, 간식준비, 아이들 씻기기, 빨래 등등…
• 저는 7시 반쯤 집에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큰아이 숙제를 봐주거나 설겆이를 합니다. 둘째 아이는 8시 반 이전에 잠이 듭니다. 큰 아이는 9시 쯤이면 잠이 듭니다. 두 아이 모두 잠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것이 저희 부부의 의무사항이 되어 버렸습니다.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자려 하지 않습니다. 둘째 아이는 지쳐서 골아 떨어질 때가 더 많습니다. 현재는 아이들이 저희 부부와 함께 잠을 잡니다. 당분간은 계속 그럴 듯 합니다.
•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저희 부부에게 자유시간이 생깁니다. 못다한 설겆이, 다음날 아침 식사 준비, 빨래 널고 개우기, 청소 등등 소일거리가 끝나면 맥주 한잔 하며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합니다.
• 이렇듯 현재 저희 가족의 주요 활동 공간은 주방, 식당, 거실이 연결된 이 공간입니다. 잠자리는 안방 하나 뿐입니다. 나머지 두개의 방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란다가 없이 모두 확장된 아파트라 한개의 방은 창고로 쓰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이들 장난감을 보관하는 공간, 저희 부부의 작업실 정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 미 래 ]

• 저희 가족의 주요 활동 공간은 변함이 없을 듯 합니다. 식당, 거실 공간이 그렇겠죠. 그래서 이 공간이 편안하고 안락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TV나 소파를 두지 않을 예정입니다. 작은 책장, 수납장, 사진 갤러리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덧붙여 음악이 늘 흐르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5채널 스피커와 AV 앰프, HiFi 스피커와 진공관 앰프가 있습니다. 영화를 볼수 있는 공간이 거실이나 다락 중 한곳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머지 한 곳에는 음악청취 만을 위한 장비를 두려고 합니다.
• 아이들이 성장하면 자기만의 공간을 필요로 할텐데 당분간은 집안을 뛰어다니거나, 마당에서 놀거나, 아니면 엄마 아빠 곁에서 뭔가를 그리고, 만들고, 책을 읽겠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놀이터 같은 공간, 자기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서 자기 방에 갇히는 걸 좋아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집사람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주방은 대면형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요리에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집사람이 키가 작고 손아귀 힘이 약하니 물건을 자주 놓치고 깨뜨리기도 합니다. 이를 고려한 동선이나 가구 배치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 저희 부부의 침실은 여전히 모호한 공간입니다. 저희 부부는 독립적이고 아늑한 공간이길 바라지만 아이들 때문에 그렇지 못합니다. 집사람은 침대를 편해하는데 아이들은 저희와 함께 자려고 합니다. 침대에서 모두 잘 수 없으니 아이들은 바닥에 재우고 저희 부부는 침대를 이용합니다. 이생활이 청산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집안 어느 곳에는 독립된 침실 겸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블베드 침대와 좁은 책상이 들어가면 빈틈이 없을정도의 작은 방이면 됩니다.
• 평상이 있다면 좋겠는데 패시브하우스에서는 설계하기가 어려울 듯 합니다. 1층 발코니를 평상처럼 활용할 방법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또한 2층 높이에도 발코니가 만들어 지길 희망합니다. 집사람이 빨래 건조를 위해 그런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 화장실이 2개가 필요한데 한곳에는 편안한 욕조가 있었으면 합니다. 아이들, 집사람에게는 필수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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