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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 학교 보다 중요한 것

신입, 편입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을 부탁받았다. 발도르프교육에 대한 확신이 점점 퇴색해 가는 요즘, 학부모들 앞에 서는 것이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많은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있을 신입 학부모들에게 다른 관점을 제시해 주는 것, 현실감각을 심어주는 것이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판단되어 수락했다. 학부모들과 공유한 내용을 이곳에도 올린다. 

 

– 슈타이너 학교 보다 중요한 것,  슈타이너의 삶 –

우리가 이자리에 모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각자 다른 배경, 다른 삶의 터전을 가진 사람들이 왜 연고도 없는 퇴촌의 작은 시골마을에 모이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푸른숲 발도르프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학력도 인정되지 않고, 좋은 대 학에 진학할 가능성도 희박하고, 심지어 비싼 학비에 사적인 시간까지 쏟아야 하는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이곳에서 4년의 시간을 보내고 파악한 우리 학교 학부모들의 공통점은 한가 지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공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입니다. 공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인식에 편차가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교육을 완전히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때가 되면 대부분 이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다 른 대안학교를 찾거나 홈스쿨링을 선택할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학 교를 아이를 위해 택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교육상품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사실 입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 수록 과연 이 교육이 경쟁력이 있는지 의구심은 커져만 갑니다. 아주 오래전 부터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떠들어 왔습니다. 미래의 경쟁력은 학 벌보다 능력, 지식보다는 창의력, IQ보다는 EQ, 혼자가 아닌 팀웍에서 나온다고 말입 니다. 알파고가 천재 바둑기사를 이긴 이후에 이런 주장에 더 힘이 실릴지도 모르겠습 니다. 세상은 분명 그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몇몇 나라들은 실 제 그렇기도 합니다. 올해 초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2020년이 되면 세계적으로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일자리의 대부분이 사무직 노동자라고 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니 발도르프 학교에 보내는 것이 옳은 선택 이라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청년들을 ‘삼포세대’라고 부릅니다. 연애, 결혼, 출산 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입니다. 더 나아가 취업과 내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세대’, 인간 관계와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말이 회자가 됩니다. 그래서 지금 신입학부모교육 1 의 대한민국을 ‘헬 조선’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까요?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독점적인 기득권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는 더욱 더 줄어들 것이 분명한데, 혹시 낙 관주의자들의 전망처럼 컴퓨터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주고 인간은 취미생활 을 즐기며 살아 갈 날이 도래할까요?

지금과 같이 자본의 이익이 궁극의 가치가 되는 사회에서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 지 않습니다. 발도르프 학교를 보낸다 해도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추구해 가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해주지는 못할 것 입니다. 설사 명문대학을 간다해도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일자리를 구한 다해도 학자금대출을 상환하느라, 집 월세를 내느라, OECD 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을 감당하며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이쯤에서 우리의 우상과도 같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 는 그를 발도르프교육을 창시한 교육자, 인지학을 창시한 철학자 정도로 알고 있습니 다. 저는 루돌프 슈타이너를 사회개혁가 또는 사회운동가로서 더 존경합니다. 인지학 을 창시하고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에 무관심했다면 지금처럼 유명해지진 않 았을 듯 합니다. 인지학의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우리 삶의 문제가 곧 사회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사회의 문제가 곧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인지학을 토대로 사회를 변혁하기 위한 많은 대안을 제시했고 또 한 실천으로 옮겨 왔습니다. 발도르프교육은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 서 인간의 무지함, 이중성을 깨우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의지, 감성, 사고 가 고루 발달된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주창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은 국가로 부 터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간과 자연(우주)의 유기적 관계를 회복시키는 농업으로 생명역동농법을 만들었고, 의학과 제약, 건축분야에서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 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그의 고민과 실천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한계에 도달한 정치와 경제시스템 때문이었습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마르크스주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으며 특 히, 화폐가 가치를 축적하고 이익을 증식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진단하였 습니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있는 화폐의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그가 주창했던 사 회 삼중구조론에 따르면 경제는 자유나 경쟁이 아닌 우애에 기반해야 한다고 했습니 다. 따라서 노동과 소득은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신입학부모교육 2 ‘기본소득’ 개념도 이런 바탕위에 있는 것입니다. 루돌프 슈타이너가 주창한 사회개혁 론이 지지를 받게 되자 나치정권은 그를 암살하려 했고 결국 루돌프 슈타이너는 스위 스로 망명하게 됩니다. 정치와 관련해서는 1980년 독일에서 녹색당을 창당하게 되는데 이때 사상적 기반 을 마련한 이들이 인지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녹색당의 활약으로 신재생에 너지의 보급을 확대하였고, 메르켈 정부가 탈핵을 공론화시키도록 압박을 가하였습니 다. 결국 독일은 탈핵을 선포하였고 EU도 2050년까지 원전 90%를 폐기하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현재 100여개 국가에서 녹색당이 활동하고 있으며, 공통적인 관심사는 ‘평 화’, ‘생태’, ‘남녀평등’, ‘탈핵’, ‘풀뿌리 정치’ 등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 주고 싶은 마음은 한결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저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달라질게 별로 없습니다. 전국적으 로 대안학교 학생은 전체 학생의 1%가 되지 않습니다. 발도르프학교는 그중 일부입니 다. 우리나라에서 대안학교는 주로 사회의 관심 밖에 있으나 때때로 ‘귀족 학교’, ‘좌파 양성소’, ‘교육 사각지대’ 와 같은 이슈로 잠시 주목받을 뿐입니다. 이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아이들이 ‘자유로운 인간’의 반열에 오르면 좋겠으나, 우리의 모습, 우리 사회의 어른들 모습을 보십시오. 그 목표는 우리가 일생 동안 추구해도 이르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지향점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시행착오와 성찰입니다. 슈타이너 학교가 중요한게 아니라 슈타이너의 삶을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유가 필요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세상의 변화는 나 자신의 변화로 부터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우선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내가 바 라는 세상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에 게 남겨진 숙제입니다.

* 나눌 자료 :  ”세상이 계속 좋아질 것을 믿는 문명이 수명을 다했다”

http://www.huffingtonpost.kr/zeitgeist-korea/story_b_96150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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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에 대한 대안이 있는 정당,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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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4일, 우리나라에도 녹색당이 창당되었다. 창당을 준비한지 넉달 만에 이뤄낸 성과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일본보다도 앞섰다는 사실이 놀랍긴 하다. 하긴 현재 일본은 54기의 원전중 1기 만이 가동중에 있고 이마저 곧 중단될 예정이다. 녹색당이 탄생하기도 전에 이미 탈핵을 이룬 셈이다.

녹색당이 추구하는 많은 가치들 중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녹색당이 내세운 청소년, 교육정책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교육은 공공재 이다.
  • 경쟁 위주의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경쟁을 유발하는각종 차별의 철폐)
  • 교육 현장의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 청소년의 인권,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
  •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답은 없다는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을 잘 꿰뚫고 있다. 그리고 그 방향설정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풀어나가는 동안 많은 저항에 부딪힐 것이 분명하다. 사실 대선, 총선에서 교육정책을 다루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 한다. 워낙에 생각의 편차가 크고 이해관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한민국의 여당, 제1야당에서는 교육정책 다운 정책을 선보이지도 못했다. 그저 정부 재정을 확대하여 보육비,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정도이다. 이런 것을 교육정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정치인들은 교육문제를 화두로 꺼내기 싫어한다.

녹색당의 교육정책에서 더욱 반가운 공약은 제도권 밖의 교육, 대안교육에 있다. 대안교육에 대한 정책을 제시한 정당은 녹색당이 유일하다. 녹색당이 제시한 대안교육 정책은 다음과 같다.

  1. 제도교육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비용을 모두 자신 또는 가정에서 부담하게 됩니다. 이는 분명하게 형평성에 어긋나고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제도교육에서 무상교육의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 직접 교육수당을 지급함으로써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겠습니다.
  2. 대안교육기관, 평생학습기관, 홈스쿨링 등 제도교육 밖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배움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습니다.
  3. 대안교육기관을 졸업한 학생들은 각 교육기관이 추구하는 바에 따른 교육과정을 이수하였음에도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학력에 따른 차별이 실질적으로 사라지기까지는 손해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의 교육 형태와 이를 통한 학력을 인정하도록 법제의 정비를 추진하겠습니다.
  4. 청소년들이 교육받을 권리가 보다 전면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국가주도의 교육에서 청소년의 교육기본권이 보장되는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전반적인 법제도의 개선과 지원 기관의 설치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녹색당을 ‘풀뿌리정당’이라고 부른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시민들과 그 모임들이 더 큰 모임을 이루고 정당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책을 만들었다. 생협, 반핵운동단체, 환경운동단체, 종교단체, 비정규직노동자단체, 채식주의자 단체, 동물보호단체, 유기농민단체, 지역아동센터, 대안학교에서 조그만 마을의 주민들까지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그들이 희망하는 세상은 다르지 않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녹색당이 어떤 이미지로 비춰질지 잘 알고 있다. 1980년 서독에서 녹색당이 창당되었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녹색당의 19대 총선 공약 – 청소년과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