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도구로서의 연극

푸른숲발도르프학교 11학년, 졸업연극 초대장

작년 이맘때쯤 학교 게시판에서 11학년 졸업연극 초대장을 보았다. 주제가 가볍지 않았다. 이제 18살을 넘긴 아이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지, 맡은 배역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궁금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동반할 수 없었던 터라 내 궁긍즘을 풀지는 못했다. 우리는 연극을 통해 오랜 작업의 결과만을 보게 되겠지만 연극을 준비한 학생들에겐 그 과정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리라 확신한다. 그러한 과정이 아이를 한층 더 성숙한 존재로 만들게 될 것이다. 발도르프 교육이 지향하는 목적 중의 하나인 사고, 감정, 의지의 통합을 이루어 내는데 연극보다 훌륭한 수단은 없다고 한다. 배움의 도구로서의 연극, 발도르프교육의 중요한 커리큘럼으로서의 연극을 정리한 글을 소개한다.

* 푸른숲발도르프학교 교육소위 번역팀에서 번역한 자료입니다.

Drama, a Tool for Learning 배움의 도구, 연극

   대부분의 우리들 부모세대는 연극을 하나의 여흥거리로 생각하며 자랐다. 연극 자체는 슬프거나 심지어 비극적일지라도, 그러나 공연장 가는 일은 주로 일상의 ‘심각한’ 일을 끝내고 난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즐길 수 있는 그런 일정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연극의 본질적 의미는 드라마가 시작 된 아주 초창기부터 인간의 경험과 감정을 변화시키는 그 힘에 깔려 있었다. <오이디푸스 렉스>를 보러 갔던 그리스인들은 오이디푸스의 ‘오만함’(hubris)을 단지 무대 밖에서 관전한 것이 아니었다. 오이디푸스 안에 구체화 된 자기 자신들의 ‘오만함’을 보았고 오이디푸스가 자아를 죽이고 자만심을 지혜로 변형시켰을 때 관객들 역시 그렇게 변화되었다. 오늘날 어떤 연극이나 영화가 감동적이었다는 말 속에도 어느 정도 다른 사람이 되어 극장문을 나섰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연극이 성인들에게 ‘변화’의 힘을 제공한다면, 아이들에게는 ‘형성’하는 힘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아이들은 아직 완전한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연극이라는 경험은 아이들의 성격을 형성해 주고 보다 직접적으로 그들의 혼을 불러 일으켜 준다. 성인인 우리는 지속적으로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재발견할 필요가 있지만, 처음으로 자기 자신의 내부로 들어가게되는 아이들에게 있어 연극은 자신의 혼이 지닌 잠재력을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연극의 많은 요소들이 아이들의 자각능력을 높여준다.

연극에서 배우는 타인의 관점에 직접적으로 놓이게 된다. 배역을 맡은 아이는 그 등장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발견하고 그 경험이 그 아이로 하여금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연극은 단순히 이야기를 읽거나 듣는 것에서 얻을 수 없는 방식으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등장인물과의 거리는 책을 읽을 때보다 배우가 되어 연기할 때에 훨씬 짧아진다. 이야기를 듣거나 들려주는 것이 우리의 사고에 머무르는 반면, 연극은 우리 몸 전체를 끌어들여 이야기를 감정과 의지에까지 확장시킨다. 특히 아직 아이들 스스로가 자기 느낌과 감정을 충분히 찾아내지 못하는 저학년 시기에서, 연극은 타인의 느낌들을 탐험하고 쑥쑥 자라나는 자신만의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 어떤 의미에서 등장인물은 배우에게 감정을 “주는” 것이다.

또한 어떤 역할을 익혀서 무대로 가져가는 것, 다시 말해, “연기를 하는 것”은 의지를 위한 실험대가 된다. 학생은 배역을 연기하며 자신의 의지를 투여하고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한쪽으로는 조절되고 짜여진 맥락 안에서 기존의 감정들을 마음놓고 표현할 수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감정이 다치는 일 없이 몰랐던 새로운 감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피상적이지 않은, 충실한 감정으로 다가서는 새로운 방법을 탐험할 수 있다.

지도교사는 딜레마에 처한 배역을 통해서 아이들이 지니는 격한 감정과 문제행동을 지도해 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런 경우 아이의 지적인 주의력에 호소 하거나 직접적인 분석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도가 가능하다. 추상적인 생각과 원칙들이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 되어 질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경험은 극 속의 주제를 아이의 몸과 감정 속으로 끌고 간다. 그리하여 손과 가슴은 머리를 돕고, 이 세가지가 하나의 경험 속에서 짜여져 아이에게 힘을 주고 배움을 제공한다.

이렇게 연극을 통해 발도르프 교육의 필수적인 목적 중 한 가지가 달성된다. : 사고, 감정, 의지의 통합.이런 이유로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몇 권의 책으로, 혹은 일부 관심 있는 아이들만의 동아리활동으로 연극을 접근하지 않는다. 연극은 교과과정의 한 부분으로서 학급 전체를 위한 것인데, 그 어느 활동도 그만큼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방식으로 아이 성격의 다양한 양상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극 작업을 함께 한다는 것은 또한 학급의 역동적인 관계에도 기여한다. 공연을 마치며 얻는 성취감이 자부심을 공유하게 하고 그로인해 반 아이들 사이의 유대감이 강화된다.  발도르프 교육이 그러하듯이, 연극 주제가 학급의 발달단계를 반영할 때에 ‘연극’은 아주 유익한 사회성 실험장이 된다

발도르프 학교 연극에서는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모든 아이들에게 동작과 대사가 주어진다. 연극은 개개인의 모든 아이들을 독립된 하나의 혼으로 그리고 한 사람의 사회적 존재로 자리매김해 준다.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조금씩 아이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완전한 인식을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공연을 통해 얻은 자각과 자기조절을 통해 궁극적으로 아이는 삶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아이의 운명은 현재진행형인 인류의 연극무대에 등장하는 신들이나 영웅들의 운명만큼이나 각별하고 예측하기 힘들며, 그러나 보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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