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 학교 보다 중요한 것

신입, 편입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을 부탁받았다. 발도르프교육에 대한 확신이 점점 퇴색해 가는 요즘, 학부모들 앞에 서는 것이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많은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있을 신입 학부모들에게 다른 관점을 제시해 주는 것, 현실감각을 심어주는 것이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판단되어 수락했다. 학부모들과 공유한 내용을 이곳에도 올린다. 

 

– 슈타이너 학교 보다 중요한 것,  슈타이너의 삶 –

우리가 이자리에 모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각자 다른 배경, 다른 삶의 터전을 가진 사람들이 왜 연고도 없는 퇴촌의 작은 시골마을에 모이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푸른숲 발도르프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학력도 인정되지 않고, 좋은 대 학에 진학할 가능성도 희박하고, 심지어 비싼 학비에 사적인 시간까지 쏟아야 하는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이곳에서 4년의 시간을 보내고 파악한 우리 학교 학부모들의 공통점은 한가 지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공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입니다. 공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인식에 편차가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교육을 완전히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때가 되면 대부분 이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다 른 대안학교를 찾거나 홈스쿨링을 선택할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학 교를 아이를 위해 택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교육상품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사실 입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 수록 과연 이 교육이 경쟁력이 있는지 의구심은 커져만 갑니다. 아주 오래전 부터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떠들어 왔습니다. 미래의 경쟁력은 학 벌보다 능력, 지식보다는 창의력, IQ보다는 EQ, 혼자가 아닌 팀웍에서 나온다고 말입 니다. 알파고가 천재 바둑기사를 이긴 이후에 이런 주장에 더 힘이 실릴지도 모르겠습 니다. 세상은 분명 그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몇몇 나라들은 실 제 그렇기도 합니다. 올해 초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2020년이 되면 세계적으로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일자리의 대부분이 사무직 노동자라고 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니 발도르프 학교에 보내는 것이 옳은 선택 이라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청년들을 ‘삼포세대’라고 부릅니다. 연애, 결혼, 출산 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입니다. 더 나아가 취업과 내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세대’, 인간 관계와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말이 회자가 됩니다. 그래서 지금 신입학부모교육 1 의 대한민국을 ‘헬 조선’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까요?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독점적인 기득권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는 더욱 더 줄어들 것이 분명한데, 혹시 낙 관주의자들의 전망처럼 컴퓨터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주고 인간은 취미생활 을 즐기며 살아 갈 날이 도래할까요?

지금과 같이 자본의 이익이 궁극의 가치가 되는 사회에서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 지 않습니다. 발도르프 학교를 보낸다 해도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추구해 가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해주지는 못할 것 입니다. 설사 명문대학을 간다해도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일자리를 구한 다해도 학자금대출을 상환하느라, 집 월세를 내느라, OECD 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을 감당하며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이쯤에서 우리의 우상과도 같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 는 그를 발도르프교육을 창시한 교육자, 인지학을 창시한 철학자 정도로 알고 있습니 다. 저는 루돌프 슈타이너를 사회개혁가 또는 사회운동가로서 더 존경합니다. 인지학 을 창시하고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에 무관심했다면 지금처럼 유명해지진 않 았을 듯 합니다. 인지학의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우리 삶의 문제가 곧 사회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사회의 문제가 곧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인지학을 토대로 사회를 변혁하기 위한 많은 대안을 제시했고 또 한 실천으로 옮겨 왔습니다. 발도르프교육은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 서 인간의 무지함, 이중성을 깨우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의지, 감성, 사고 가 고루 발달된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주창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은 국가로 부 터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간과 자연(우주)의 유기적 관계를 회복시키는 농업으로 생명역동농법을 만들었고, 의학과 제약, 건축분야에서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 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그의 고민과 실천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한계에 도달한 정치와 경제시스템 때문이었습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마르크스주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으며 특 히, 화폐가 가치를 축적하고 이익을 증식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진단하였 습니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있는 화폐의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그가 주창했던 사 회 삼중구조론에 따르면 경제는 자유나 경쟁이 아닌 우애에 기반해야 한다고 했습니 다. 따라서 노동과 소득은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신입학부모교육 2 ‘기본소득’ 개념도 이런 바탕위에 있는 것입니다. 루돌프 슈타이너가 주창한 사회개혁 론이 지지를 받게 되자 나치정권은 그를 암살하려 했고 결국 루돌프 슈타이너는 스위 스로 망명하게 됩니다. 정치와 관련해서는 1980년 독일에서 녹색당을 창당하게 되는데 이때 사상적 기반 을 마련한 이들이 인지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녹색당의 활약으로 신재생에 너지의 보급을 확대하였고, 메르켈 정부가 탈핵을 공론화시키도록 압박을 가하였습니 다. 결국 독일은 탈핵을 선포하였고 EU도 2050년까지 원전 90%를 폐기하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현재 100여개 국가에서 녹색당이 활동하고 있으며, 공통적인 관심사는 ‘평 화’, ‘생태’, ‘남녀평등’, ‘탈핵’, ‘풀뿌리 정치’ 등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 주고 싶은 마음은 한결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저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달라질게 별로 없습니다. 전국적으 로 대안학교 학생은 전체 학생의 1%가 되지 않습니다. 발도르프학교는 그중 일부입니 다. 우리나라에서 대안학교는 주로 사회의 관심 밖에 있으나 때때로 ‘귀족 학교’, ‘좌파 양성소’, ‘교육 사각지대’ 와 같은 이슈로 잠시 주목받을 뿐입니다. 이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아이들이 ‘자유로운 인간’의 반열에 오르면 좋겠으나, 우리의 모습, 우리 사회의 어른들 모습을 보십시오. 그 목표는 우리가 일생 동안 추구해도 이르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지향점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시행착오와 성찰입니다. 슈타이너 학교가 중요한게 아니라 슈타이너의 삶을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유가 필요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세상의 변화는 나 자신의 변화로 부터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우선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내가 바 라는 세상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에 게 남겨진 숙제입니다.

* 나눌 자료 :  ”세상이 계속 좋아질 것을 믿는 문명이 수명을 다했다”

http://www.huffingtonpost.kr/zeitgeist-korea/story_b_9615066.html 

K의 선물

금요일 아침, 출근 준비로 등교 준비로 바쁜 시간인데 K가 선생님께 목걸이를 선물하겠다며 실을 내달랜다.

그 선물은 어느날 놀이터에서 주워 온 펜던트다.

K에겐 그 펜던트가 꽤나 귀한 것으로 보였나 보다. 그 펜던트에 실을 매어 선생님께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바쁜 아침 시간에 그 일을 꼭 해야 겠냐며 달래 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선생님께 선물을 하겠냐고 물으니,

선생님이 평소에 좋은 것들을 많이 주시기 때문에 자신도 선물을 해야 한단다.

그 목걸이에는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하느님이 새겨져 있어서 선생님도 분명히 좋아할 것이란다.

책모양의 펜던트 한 면에는 관음보살인지, 부처인지 알 수 없는 상이 새겨져 있다.

다른 한 면에는 ‘佛’자가 또렷히 쓰여 있다.

선생님께서 믿는 하느님이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K는 그래도 선생님이 좋아할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그 펜던트에 빨간 실을 꿰어 K에게 건낸다.

K는 흐뭇해 하며 자신의 목에 목걸이를 걸고 등교를 하려한다.

가느다란 실 탓에 목이 다칠까봐 선물이니 가방에 소중히 담아가서 전해드리라 한다.

. . .

출근하는 길 내내 마음이 쓰인다.

혹시나 그 목걸이 탓에 선생님의 마음이 불편할까 싶어서다.

K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 주실 분이라 믿지만 불안함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 . .

학교를 다녀온 K에게 그 선물에 대해 물어본다.

K는 당연히 선생님이 좋아하셨지라며 짧게 대꾸한다.

 

일방적인 대안교육 법제화를 반대합니다

교육부가 대안교육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미인가 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반길 만한 소식으로 읽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의도가 대안교육의 성과를 인정하고 교육의 선택권을 확장시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대안학교의 등록을 강제하고 이행하지 않는 학교를 폐쇄하려고 합니다. 등록된 대안학교에 대해서는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당당히 밝히고 있습니다. 대안학교에서는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액의 ‘귀족교육’을 통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 핑계일 뿐입니다. 학생 수도 점점 줄어드는 마당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이 연간 7만여명에 달합니다. GDP대비 교육재정지출 비중은 OECD국가의 평균을 상회하지만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바닥입니다. 게다가 학부모들은 학생 1인당 월평균 30만원의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이야 말로 개혁시켜야 할 대상입니다.
대안학교의 학비가 높은 이유는 학부모들의 학비만으로 땅과 건물을 구하고, 교사의 임금을 지급하고, 학교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대안학교에서는 학교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노역을 감내합니다. 경제적 부담도 크고,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학교를 위해 희생해야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라 믿기에 애써 대안교육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공교육 개혁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혁신학교’의 성공을 통해 공교육에 대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혁신학교의 모델은 대안학교였습니다. 성공적인 대안학교의 운영방식,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한 것입니다. 대안학교의 성공은 ‘자율’에 기반합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의 자유로운 결사체가 대안학교입니다. 정부가 이를 깨닫지 못하고 교육을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쓴다면 교육의 미래는 없습니다. 공교육이 표방하는 ‘창의적인’, ‘전인적인’, ‘민주적인’ 시민양성은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너무 불행합니다.
교육부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고. 당신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을 갖기 전에는…

대안교육연대에서는 대안교육 법제화를 반대하며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명 동참하기

이것이 왜 중요한가

교육부는 2013년부터 대안교육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대안학교들과 수차례 비공식 대화를 하였다.교육부와 대화하는 가운데 대안교육의 자율성 보장과 공공성 확대를 위한 법안을 제정해야 하고,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는 교육부에 여러차례 전달하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법제정을 통해 제도권 밖에 있는 대안학교에 대한 등록을 강제하고, 미등록할 경우 폐쇄를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대안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도ㆍ감독을 명문화하여 관리ㆍ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6월2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러한 교육부의 독불장군식 법 제정 행위에 대해 전국의 대안학교들은 대화를 통한 교육부와의 협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교육부가 추진하는 법제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결의하였다.
대안교육은 지난 20여 년 동안 국가의 간섭 없이 교육의 자율성과 운영의 민주성을 통해 성장ㆍ발전하였고, 제도교육의 경쟁과 입시중심 교육과정에 문제의식을 갖고 제도교육 밖으로 나온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였다. 이와 같이 대안교육은 국가가 외면한 제도교육 밖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관심을 기울였고, 교육정책의 사각지대에서 학습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에 대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였다.
이러한 대안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외면하고, 국가의 관리ㆍ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으로 대안교육 법제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대안교육을 죽이는 것이다. 국가가 관리ㆍ통제하는 대안교육은 제도교육과 무엇이 다른지, 대안교육의 발전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교육부는 설명해야 한다.
또한 최근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역사 국정교과서 부활 추진 등 교육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흐름에 따라 제도권 밖에 있는 대안학교의 제도권 편입을 강제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교육의 다양성을 앞장서서 추구해야 할 교육부가 획일적 교육을 강요하고,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교육부에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구한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안교육 법제화는 대안교육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대안교육을 죽이는 법이다. 따라서, 대안교육 법제화 추진을 교육부는 즉각 중단하라. 교육부의 시대착오적인 대안교육 죽이기에 맞서 어떠한 탄압이 있더라도 온 힘을 모아 우리는 대안교육을 지켜낼 것이다.

2014. 7. 10

교육부 법안 저지와 대안교육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

건축가를 만나다

원당리

유타건축 김창균 소장님을 만났습니다. 시사인 잡지에 연재된 기사를 보고 그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책을 내셨길래 바로 사서 읽어 보았습니다. 집을 독립된 개체가 아닌 마을의 일부,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고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분이었습니다. 건축주와 열심히 소통하려는 분이셨고, 또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분이라 좋았습니다. 집을 짓게 된다면 이분에게 설계를 맡겨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고 이메일로 약간의 정보를 공유하고서 7월 11일 드디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패시브하우스에 지열로 냉난방을 해결하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보충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으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여 에너지를 가능한 쓰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집의 규모를 국민주택규모(25.7평)이하로 하고 1.5L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려고 합니다. 1.5L 패시브하우스도 현재의 예산으로는 어려운데 일단 한번 추진해 보기로 했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그보다 낮은 수준의 저에너지 하우스가 되겠죠. 그리고 별도의 창고를 짓고 다락방을 만들 계획입니다. 태양광 패널은 설치비가 계속 떨어질테니 나중에 설치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알게된 사실인데 정부의 재생에너지보급사업이 터무니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다면 굳이 정부의 지원에 기댈 필요가 없습니다.

김창균 소장님께서 집에 대한 느낌, 생각, 바램 등을 정리해서 보내달라는 숙제를 내주셔서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7월 12일, 토요일

소장님, 어제 계약을 맺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이젠 달리는 열차위에 올랐으니 지나가는 풍경을 즐기며, 목적지에서의 낭만을 상상하기만 하면 되겠죠?!
어제 숙제를 내주셨는데 사실 저는 이미 숙제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집에 대해서 바라는게 많지 않습니다. 이땅에 머무르는 동안 대지를 내어준 지구에게 덜 폐를 끼쳤으면 하는 것, 우리 가족의 작고 아늑한 쉼터였으면 하는 것, 약간 욕심을 부린다면 내적인 만족감을 위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집이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저만의 생각은 아니고 소장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신듯 하여 기대가 됩니다. 그럼 아이들은 어떨까 하고 질문을 던져보면, 10살인 큰 아이는 현재 자기만의 공간을 딱히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레고, 골판지, 나뭇가지, 돌멩이 들로 뭔가를 만드는 작업을 좋아하는 지라 거실은 큰아이의 작업장이자 놀이터입니다. 엄마, 아빠가 곁에 있어야 잠자리에 들기에 별도의 침실도 필요없습니다. 8살인 둘째 아이는 여자아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공간을 좋아합니다.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길 좋아합니다. 옷이며, 장난감이며, 자기가 그린 그림, 수공예품 들을 어딘가에 모아두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 합니다.
딱히 우리의 요구사항을 정리하려니 쉽지가 않아서 현재의 우리 생활 패턴과 앞으로의 바램들을 정리해 봅니다.

[ 현 재 ]

• 6시 반이면 우리 가족은 기상을 합니다. 저나 집사람은 간단한 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들의 빈도시락을 챙깁니다. 식사를 마치고 씻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준비, 등교준비를 합니다. 저는 7시 반쯤 집을 나서고, 집사람은 10분후 아이들과 집을 나섭니다. 집사람은 출근길에 아이들을 학교 셔틀버스 정거장에 내려줍니다.
•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방과후교실에서 신나게 놀다가(정말 신나게 놉니다. 뭔가를 배우는 활동이 아니라 새까많게 탈 정도로 바깥에서 놉니다.) 5시쯤 집으로 옵니다. 집사람도 그시간까지 퇴근을 하고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집에 도착해서 다시 바깥으로 나가 놀거나 집안에서 휴시을 취합니다. 집사람은 이때 부터 분주해집니다. 식사준비, 간식준비, 아이들 씻기기, 빨래 등등…
• 저는 7시 반쯤 집에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큰아이 숙제를 봐주거나 설겆이를 합니다. 둘째 아이는 8시 반 이전에 잠이 듭니다. 큰 아이는 9시 쯤이면 잠이 듭니다. 두 아이 모두 잠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것이 저희 부부의 의무사항이 되어 버렸습니다.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자려 하지 않습니다. 둘째 아이는 지쳐서 골아 떨어질 때가 더 많습니다. 현재는 아이들이 저희 부부와 함께 잠을 잡니다. 당분간은 계속 그럴 듯 합니다.
•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저희 부부에게 자유시간이 생깁니다. 못다한 설겆이, 다음날 아침 식사 준비, 빨래 널고 개우기, 청소 등등 소일거리가 끝나면 맥주 한잔 하며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합니다.
• 이렇듯 현재 저희 가족의 주요 활동 공간은 주방, 식당, 거실이 연결된 이 공간입니다. 잠자리는 안방 하나 뿐입니다. 나머지 두개의 방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란다가 없이 모두 확장된 아파트라 한개의 방은 창고로 쓰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이들 장난감을 보관하는 공간, 저희 부부의 작업실 정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 미 래 ]

• 저희 가족의 주요 활동 공간은 변함이 없을 듯 합니다. 식당, 거실 공간이 그렇겠죠. 그래서 이 공간이 편안하고 안락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TV나 소파를 두지 않을 예정입니다. 작은 책장, 수납장, 사진 갤러리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덧붙여 음악이 늘 흐르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5채널 스피커와 AV 앰프, HiFi 스피커와 진공관 앰프가 있습니다. 영화를 볼수 있는 공간이 거실이나 다락 중 한곳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머지 한 곳에는 음악청취 만을 위한 장비를 두려고 합니다.
• 아이들이 성장하면 자기만의 공간을 필요로 할텐데 당분간은 집안을 뛰어다니거나, 마당에서 놀거나, 아니면 엄마 아빠 곁에서 뭔가를 그리고, 만들고, 책을 읽겠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놀이터 같은 공간, 자기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서 자기 방에 갇히는 걸 좋아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집사람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주방은 대면형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요리에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집사람이 키가 작고 손아귀 힘이 약하니 물건을 자주 놓치고 깨뜨리기도 합니다. 이를 고려한 동선이나 가구 배치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 저희 부부의 침실은 여전히 모호한 공간입니다. 저희 부부는 독립적이고 아늑한 공간이길 바라지만 아이들 때문에 그렇지 못합니다. 집사람은 침대를 편해하는데 아이들은 저희와 함께 자려고 합니다. 침대에서 모두 잘 수 없으니 아이들은 바닥에 재우고 저희 부부는 침대를 이용합니다. 이생활이 청산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집안 어느 곳에는 독립된 침실 겸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블베드 침대와 좁은 책상이 들어가면 빈틈이 없을정도의 작은 방이면 됩니다.
• 평상이 있다면 좋겠는데 패시브하우스에서는 설계하기가 어려울 듯 합니다. 1층 발코니를 평상처럼 활용할 방법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또한 2층 높이에도 발코니가 만들어 지길 희망합니다. 집사람이 빨래 건조를 위해 그런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 화장실이 2개가 필요한데 한곳에는 편안한 욕조가 있었으면 합니다. 아이들, 집사람에게는 필수아이템입니다.

교육의 참목적

비노바 바베

일상의 삶으로부터 벗어난 것은 절대로 가르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아이들로 하여금 들일을 하게 하라. 열심히 들일을 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우주발생론, 물리학 등을 알려 주면 된다. 아이들로 하여금 음식을 만들게 하라. 요리하면서 화학을 접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삶을 살게 하라.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이들은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누군가가 전문 교육을 받은 교사일 필요는 없다. 그저 이 현실 세계에서 평범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면 족하다. (중략) 교육의 목적은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어야 한다.

비노바 바베의 ‘사랑의 힘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라는 책에서 읽은 교육의 참목적에 관한 글이다. 대안교육, 발도르프교육이 지향하는 바도 크게 다르지 않다. 3H(Hands, Hearts, Heads)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티쉬 쿠마르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교육이란 그러해야 하는데 이런 교육을 표방하는 학교는 있을 지언정 실천하는 학교는 드물다.
공동체가 해야 할 역할을 국가가, 자유에 기반해야 할 교육이 통제와 경쟁의 원리에 따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거대한 국가가 아닌 작은 공동체 중심의 사회였다면, 그 사회에 성숙한 어른들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교육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신나게 놀아야지

나뜨랑해변에서

나뜨랑의 작은 해변가에서

지난 1월, 결혼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해변을 산책하며 조개 껍질도 줍고, 다리가 긴 게도 쫓으며 놀았다. 그리고 나는 모래 위에 우리 부부의 결혼 10주년을 축하하는 메세지를 남겼다. 이 모습을 본 둘째 J도 뭔가를 그리고 싶었나 보다. 손끝으로 글자를 쓰고 나름 예쁘게 장식을 했다.

그런데 왜 푸른숲학교였을까? 오빠 K가 다니는 그 학교에 입학하려면 두달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아니라 곧 다니게 될 푸른숲학교라니???
엄마, 아빠를 따라 자주 학교를 드나들었고 그곳의 언니, 오빠, 선생님들도 알고 있으니 학교가 생소한 곳은 아니리라.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으나 굳이 캐묻지 않았다.

학교 입학식날 J는 무척 설레였던 것 같다. 아침 일찍 똘망똘망한 눈으로 혼자 일어 났으니 말이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도 그런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한껏 멋을 내고 입학식에 참석한 J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주변을 경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진지한 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어색할 지경이었다.
입학식을 치르고 반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 짧은 시간에 친구를 사귀었나 보다. 한 친구와 놀고 싶다며 마실을 가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 결국 그 아이의 부모와 함께 점심을 나누고 아이를 우리 집에 초대했다. 몇시간 만에 저리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다.

J의 학교생활이 궁금한 나는 어쩔 수 없는 부모다. 이것 저것 물어보면 J는 종알종알 대답해준다. 입학한지 2주가 지난 지금까지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신나고 재미있단다. 해가 나는 날이면 운동장에서 놀 수 있어 좋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나비가 예쁜 색종이를 나눠주니 그것 또한 즐겁단다.

오늘은 금요일, 주중에 마실이 허락되는 유일한 날이라 또한 기쁜 날이다. 아침에 동그란 해가 거실을 비추니 오늘은 신나게 놀 수 있겠다며 더욱 좋아라한다. 이런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던 오빠는 ‘니가 언제 신나게 안 논 적이 있냐’고 핀잔을 준다.

그래, 마음껏 놀자. 마음도, 몸도 쑥쑥 자라나게 말이다. 아이들에겐 놀이가 밥이니…

푸른숲발도르프학교 학부모의 약속

학부모의 약속

1. 우리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성원 사이의 민주적 합의 절차를 대원칙으로 합니다.
2. 우리는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 할것입니다.
3. 우리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소박한 삶을 실천합니다.
4.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친환경 먹을거리와 채소 위주로 밥상을 차립니다.
5.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사랑하며 지향합니다.
6. 우리는 아이들에게 경쟁을 부추기는 오락이나 게임을 멀리하도록 합니다.
7. 우리는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멀리 하도록 합니다.
8. 우리는 푸른숲학교의 교육이념과 교육철학과 배치하는 사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9. 우리는 아이들이 자기 물건 챙기기, 청소하기 등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합니다.
10. 우리는 아이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고, 고운말을 쓰고 먼저 인사를 하는 등 생활 속에서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입니다.
11. 우리는 아이의 성장 발달과 교육 활동을 담임교사와 상의합니다.
12. 우리는 가난, 여성, 생태, 교육, 전쟁, 고통받는 소수 등을 항상 생각하며 아이와 함께 나눔을 실천합니다.
13.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변화 발전 할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14. 우리는 어른의 삶을 보는 것 자체가 교육이다라는 명제에 따라 올바른 자녀교육을 위해 학교의 이념과 가치과을 존중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5. 학교의 여러 가지 모임에 적극 참여하겠습니다.

이제 둘째 J도 푸른숲발도프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난 주 학부모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습니다. 학부모가 된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난 터라 선생님들의 설명과 당부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학부모의 약속을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니 부끄러운 마음이 점점 커져 갔습니다. 학부모의 약속 15가지 중에서 나는 몇가지나 실천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저 약속들을 지켜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이런 저런 갈등이 생겨나곤 합니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 생활리듬이 불규칙적인 아이들은 수업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교실의 분위기는 흐트러지기 마련이겠죠. 학교에서는 친환경, 채식위주의 식단을 제공하는데 집에서는 씹기 쉽고 담백한 맛이 나는 육류나 가공식품을 많이 준다면 학교 급식이 맛있게 여겨질 수가 없을 것입니다.(참고로 급식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학교에서 가장 무서운 분입니다. 주어진 식사를 다 끝내지 못하면 자리를 뜰 수 없답니다.) 청소나 물건 정리가 몸에 배지 않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기 물건을 챙기고 청소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지 못하면서 아이에게 자유로운 삶을 강요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다 보면 갈등이라는 것은 불가피한 것인데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자기 중심적이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워 집니다.
결국 14번째 약속,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대명제 ‘어른의 삶을 보는 것 자체가 교육이다’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부모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더딜지라도 조금씩 변화해 가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입니다.
저는 요즘 집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소홀했던 약속이 바로 7번째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익숙하게 저런 기기들을 다루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저런 것들을 미리 가르쳐 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UI/UX의 발달은 컴퓨터에 무지한 사람도 쉽게 사용하도록 해주니깐요…

2013/12/20

푸른숲학교 저녁노을 2013/12/20

밀지마, 밀지마! 천천히, 천천히!

2013-10-12 12.24.13

   K는 이제 글을 웬만큼 쓰고 읽을 줄 안다. 초등학교 2학년 2학기를 지나는 지금에서야 말이다. 지난 1년은 자음과 모음을 공부했고, 의성어나 의태어 중심의 단어를 익혔다. 올해부터는 단어, 문장을 익히기 시작했는데 긴 문장, 어려운 문장도 호흡을 챙겨가며 제법 잘 읽어낸다. 하지만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듯 싶다. 어휘력, 사고력이 함께 자라나야 하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혼자서 책을 읽곤 하더라도 잠이 들 때에는 꼭 엄마, 아빠가 책을 읽어 주어야 한다.

  며칠 전 퇴근을 했더니 K가 그림을 그리느라 분주했다. 동화책의 그림과 글을 큰 종이에 옮기고 있었다. 동화책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책을 만드는 작업은 대여섯살 때 부터 해오던 일이라 새로울 게 없었으나 직접 글을 쓰는(아니 그리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또박또박 쓴 글자마다 색상을 입혔다. 초록색으로 표현한 잔디의 모습은 꽤 그럴듯 했다. 이날 두페이지를 완성했고 나머지도 그려서 책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과연 완성된 책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와 놀아야 하고, 숙제도 해야하고, 간식도 먹어야 하고, 그림도 그려야 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9시 전에는 어김없이 피곤함이 밀려온다는 K.

K가 옮긴 이 글귀가 아빠에게 하고픈 말이 아닐까 싶다. 이말은 내가 세상 부모들에게 하고픈 말이기도 하다.

밀지마, 밀지마 !

천천히, 천천히 !

브라운도 울게 만든 TV

과학자, 발명가로서의 나의 일생의 업적 가운데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이 브라운관의 발명이다. 나의 브라운관이 텔레비전을 낳고, 그 텔레비전이라는 과학의 산물이 지구 위 인간의 총체적 백치화와 저질 문화를 초래하는 현상을 보면서 서글퍼 한다.

당신의 자녀가 똑똑하길 원하면 요정이야기를 읽어 주어라. 당신의 자녀가 더 똑똑하길 원하면 더많은 요정이야기를 들려주어라.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걸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TV 프로그램을 보는 대신 자연계의 동물, 식물 혹은 자연현상에 눈을 돌려야 한다.

첫번째 글은 TV시대를 열게한 브라운이 남긴 말입니다. 두번째 글은 엉뚱하게도 아인슈타인이 한 말입니다. 세번째 글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시모무라 오사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이공계 기피를 해소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아이를 키울 때 갈등의 많은 부분은 TV, 컴퓨터, 스마트폰 또는 TV속 장난감으로 인해 시작됩니다. 부모의 걱정, 주도권, 아이의 욕망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에는 대개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이 아이들에게 유용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많지 않을 줄로 압니다. 다만 왜 나쁜지, 언제부터, 어느정도 까지 허락해야 하는지,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교육에 관한 부분이라 정답이 있을 수 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부분, 그리고 올바른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본 지식의 파편들을 공유하니 잘 조합해서 심리적인 불안과 혼란을 줄이는 데 쓰시기 바랍니다.

 
1. 스크린을 보는 시간을 제한하라고 전문가들은 촉구한다.

3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스크린을 차단해야 한다. – 미국 소아과학회

스크린의 신기함이 도파민을 분비하게 한다. 이는 스크린 중독과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 – 시그만 박사

  뉴욕타임즈 기사 원문보기(2011.10)

  BBC기사 원문보기(2011.10)

  베스트베이비 한글기사 보기(2008.7)

 

2. 기술이 학교의 수업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가?

2012년 교과부가 스마트교육을 시범사업으로 시작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태블릿을 나눠주고 수업을 한다는 것이었죠.

ICT교육에서 컴퓨터를 태블릿으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기재부에서 타당성 부족으로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 얻는게 많을까요? 아니면 잃는게 많을까요?

 뉴욕타임즈 기사 원문보기(2012.11)

9NEWS(2013.5.20)

 

3. 컴퓨터를 가르치지 않는 실리콘밸리의 학교

구글, 페이스북, HP등 세계적인 IT기업이 밀집한 실리콘 밸리에 있는 이상한 학교를 소개합니다.

왜 세계적인  IT기업의 임직원들은 컴퓨터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일까요?

  뉴욕타임즈 기사 원문보기(2011.10)

  관련 한글 기사 보기

 

4. 버튼만 누르면 해결되는 놀거리와 영혼의 건강

발도르프교육에서 미디어, 전자식 장난감을 바라보는 관점과 교육의 방향을 소개하는 자료로 이전에 작성한 블로그입니다.

  블로그 보러가기 

 

나는 학교에 많은 컴퓨터를 보급하는데 세상 그 누구보다도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것은 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키워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컴퓨터는 사람이 하는 방식으로 호기심을 키워줄 수 없다. 새로운 발견을 위한 요소는 도처에 널려있다. 컴퓨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신의 반열에 오른 고 스티브 잡스의 말입니다.

2013 한국 인지학 컨퍼런스를 열며

 

2003년부터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지만 꽤 잘사는 국가,

2010년 이후 청소년 사망원인 중 자살이 1위로 떠올랐지만

교육열이 제일 높은 국가,

대한민국에 당신은 살고 있습니다.

‘1’ 이라는 멋지고 화려한 숫자 너머에서

아이들은 오늘도 빛을 찾아 헤매이고 있습니다.

 

부와 화려함으로 가득 채워진 사회,

소유와 소비가 지배하는 일상,

바깥으로 부터 끊임없이 밀려오는 정보와 자극의 무게로

아이들은 바로 서 있는 것 조차 힘겨워 합니다.

 

2013년 4월 25일,

‘인지학에서 바라본 사회적 치유’라는 주제로 열릴

<2013년 한국 인지학 컨퍼런스>는

우리 시대의 아픔에 대한 사회와 어른들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묻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어떻게 공동체 안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인지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걱정하는 건강한 어른,

당신을 초대합니다.

 

컨퍼런스 등록하기

 

 

2013 한국 인지학컨퍼런스 포스터

2013 한국 인지학컨퍼런스 포스터